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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문예당 | 기사입력 2012/11/15 [12:33]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문예당 | 입력 : 2012/11/15 [12:33]


치열한 시대정신을 무대에서 불사르는 한국실험연극의 대표 연출가 기국서 연출의

피로 쓰는 여섯 번째 햄릿 씨리즈 ,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에 제6대 햄릿으로

캐스팅 된 그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윤상화!

이번 작품에서 기국서 연출은 기존의 줄거리를 따라가는 스토리 텔링에 의존하기 보다는

햄릿의 의식과 인식을 따라가며 , 언어의 무게감보다는 리듬감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통렬한 시선을 보여주며 2012년 한국 최고의 문제작을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에서 객석으로 던져 준다.

남산예술센터 2012 시즌 자체제작 프로그램

연극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 22년 만에 돌아온 한국현대 연극의 문제작, 기국서 연출의 햄릿 시리즈 6번째 작품

-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파업, 성폭행 희생자로 고뇌하는 2012년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초상 햄릿

- 이 시대 정치사회 모순에 겨누는 날선 칼날과 통렬한 비판

- 극단 76의 김낙형 협력연출, 안재승 각색의 참여로 작품의 완성도 더해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는 2012 시즌 마지막 작품으로 기국서 연출이 22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현대연극의 문제작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를 자체제작 공연으로

2012년 11월 6일(화)부터 11월 25일(일)까지 무대에 올린다.  


○ 1981년 <기국서의 햄릿>(국립극장 소극장)을 시작으로

   1990년 <햄릿5>(문예회관 대극장 /현,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까지 9년 여간

   햄릿 시리즈 다섯 편을 연달아 무대에 올리며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실험극의 대표 연출가이자

   연극계의 이단아로 불렸던 기국서 연출.

   2008년 이후 한동안 대학로에는 발을 들여놓지도, 공연을 보지도 않았다는 그가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를 들고 다시 관객 앞에 선다.


  ○ 오랫동안 연극계를 떠났던 기국서 연출은 최근 흥행 영화  <도둑들>에서 홍콩 조직의 보스

     웨이홍으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배우이기 이전에 연극연출가로서

                                                    이미 그 정평이 나 있었다.

     1976년 극단 76을 창단하면서 연극계에 발을 디딘 이후

     그의 대표작 <햄릿> 시리즈로 새로운 한국연극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독보적인 존재로 주목을 받았으며 1984년 <관객모독>으로 다시 한 번 그의 이름과

                                      극단 76을 평단과 관객 모두에게 각인시켰다.

     기국서 연출의 새로운 연극연출 양식의 실험은 극단 76 출신의 연출가 박근형, 김낙형으로

     이어지는 극사실주의의 한 획을 만들어냈으며, 여전히 대학로에서는 자신만의 독특한

     무대언어를 가진 연출가로 손꼽히고 있다.


○ 극단 76의 김낙형 연출과 <룸엔트로피>로 2006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안재승이 각색으로

   참여하는 이번 <햄릿6>는 과거 <햄릿> 시리즈가 ‘대본검열’이라는 압박 속에서도

   통렬한 시대정신으로 무장했듯이  2012년 대한민국 정치사회모순을 직시하고

   과거보다 더욱 날선 칼날을 들이댄다.



        4. 카페에서

삼양동 국화 옆에서’라는 부제는 이 극의 배경으로서 삼각산 자락 아래 미아동 근처에

   자리 잡은 삼양동 오래된 골목길의 ‘국화’라는 낡고 오래된 카페를 의미한다.

   이 부제가 상징하듯 <햄릿6>는 지금 여기 있지 않으나 언젠가 존재했던 익숙한 풍경을 끌어온다.


○ 기국서 연출이 20여년 만에 무대로 다시 불러내는 햄릿은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무자비한 노조탄압작전으로 물고문을 받다 죽어 정신분열이 된 햄릿의 원혼이다.


                               햄릿을 괴롭히는 망령들은 용산참사의 희생자들, 성폭행 피해자들,

    쌍용자동차 파업의 자살자들이다.


   그런 햄릿을 위해 몸을 팔면서도 헌신하고 사랑하는 오필리어,

    연극 연출가로 그들을 위해 즉흥극을 보여주는 호레이쇼 등 셰익스피어의 원작은

                                       기국서 연출에 의해 해체되고 다시 새롭게 태어난다.


   최근작 <뻘> <목란언니> <1동 28번지, 차숙이네>등 다양한 작품에서 그 누구도 대체 할 수 없는

   캐릭터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배우 윤상화 6대 햄릿으로 캐스팅되었다.

   기국서 연출의 <관객모독>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사람은 이번 공연에서

                                            새로운 햄릿을 만들어 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한 남산예술센터 2011년 자체제작 공연 <됴화만발>의 젊은 배우 안창환이

   햄릿 역에 더블 캐스팅 되어 각기 다른 색깔의 햄릿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2. 열연하는 햄릿 역의 윤상화 제6대 햄릿

기국서  시대정신 실험극 <햄릿> 시리즈

○ 1981년 4월 공연된 <햄릿1>은 10.26사태, 12.12사태, 광주민주화운동이 계기가 되어 만들어진

   연출의 뜨거운 시대적 발언이었다. 정치극으로서 뿐만 아니라 연극적으로도 대중가요,

                                          조명과 무대공간의 활용으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고전이라는 그릇에 담아낸 동시대 이야기는 연극이 이 시대에 왜 필요한가를 보여주었다.

   82년의 <햄릿2>, 84년의 <햄릿3> 또한 급변하는 사회적 상황과 모순을 담아내면서도

                                          고전을 현대화하는 연극적 실험은 계속되었다.

  그러나 이후 선보인 90년 <햄릿4>는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기국서의 창작극이었다.

                 정치적 문제는 지나갔다고 생각한 그는 연출로서 자신의 해석을 가져보았다.

  물론 작품의 소재로 된 물고문, 성고문 사건, 6월 항쟁이 있기도 했다.


○ 햄릿1부터 5까지의 작품여정을 살펴보면,

   기국서 연출은 햄릿에 대한 탐구가 아닌 햄릿을 통한   시대정신을 탐구해 왔다는 느낌이 든다.

   원작에 담긴 줄거리보다는 언어의 힘으로 압도하는

                          무대를 보여줬고 그것이 오래도록 회자될 기국서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그가 연출한 <햄릿> 시리즈 외의 작품들도

     연극을 위한 연극이 아닌 시대를 위한 연극정신을  보여주었다. 그가 만들어낸 일상의 극대화,

                         극의 세밀한 묘사는 후배 연출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는 <햄릿4>의 텍스트를 기본으로 삼았다.

   20년이 지났음에도 대본이 현재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지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권력과 자본의 폭력은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한 소회가 들게 한다.

   <햄릿6>에서 연출은 잃어버린 연극의 원시성을 회복하고자 한다.

                             언어의 원시성이기도 하지만, 가장 훌륭한 연극의 재료인

                    인간이라는 본질에 다가서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연/극/이 무엇을 할 것인가,

     연/극/ 바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무/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소통시킬 것인가,

      햄릿이 이 시대와 어떻게 만날 것인가는 <햄릿6>가 무대에 오르기까지 계속될 고민이다.


       6. 카페에서 - 극중극  장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초상, 햄릿. 2012년의 햄릿 찾기

○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연극사를 통틀어 가장 사랑받아 온 캐릭터다.

   선왕의 복수에 대해 어떤 결단도 내리지 못하는 우유부단함을 보여주면서

   삶과 존재의 문제를 고민하는 인물로,

           연극에서는 드물게 행동하지 않는 존재감을 가진 캐릭터다.


   <햄릿>이 재공연 되면서 시대에 따라 여러 모습으로 변주될 정도로

   햄릿이 젊은이들에게 갖는 의미는 크다.

   그가 질풍노도의 시기에 서 있는 청년의 모습이기도 하고 시대의 부조리를 겪어야 하는

   약자이기도 하며, 어느 권력의 편에도 서지 못한 채 그 모든 사실을 목도하고 있는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햄릿에게서 반항을 넘어 저항의 인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국서 연출의 햄릿과 만난다.  

○ 기국서 연출이 불러낸 2012년의 햄릿은 누구인가.

    작품 속의 햄릿은 줄곧 땀을 흘리고 있다.

                                 때로는 유령이 보이는 환각에 시달린다.

    점점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무기력하고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다.

    열거한 것들은 햄릿이 겪고 있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징후들이다.

    기국서 연출이 20여 년 만에 무대로 다시 불러낸 햄릿은, 88만원 세대의 백수청년도 아니고

                            물질만능주의, 성적지상주의가 길러낸 유약한 엘리트도 아니다.

     정직한 노동을 하다가 어느 날 외상 후 스트레스성 증후군에 시달리며

     자신의 삶을 잃어버린 대한민국, 이 땅의 남자다.  

○ 이것은 또 하나의 상징을 가진다.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 불안, 우울과 더불어 햄릿이 겪은 외상이라는 것은,

   이 시대에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폭력 또는 억압일 수도 있으며 경쟁과 속도의 시대에

   개인사의 충격일 수도 있다. 또한 스트레스성 징후를 나타나게 한 원인인

   가해자가 모호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복잡해진다.

   가해자는 지목되는 한 개인이나 고용주가 아닌 거대 사회, 거대 자본이라는 점에서

   유령-망령의 하소연은 힘을 잃는다.

   이 서글픈 모순을 햄릿은 어찌하지 못하고 바라만 본다.


   원작에서의 햄릿이 행동을 결단하지 못해 우유부단한 캐릭터라는 오명을 쓴 게

   지금 이 시대의 햄릿에게는 그럴 법한 캐릭터로 이해되는 지점이다.  


  6a. 극중 연출가역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2012년 대한민국의 금지된 자물쇠를 풀다.

○ <햄릿6>는 청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무엇이 청산되지 않은 과거이냐를 묻는 게 아니고, 그로 인해 오늘날 병폐를 가져온

                                          사회의 모순들, 권력의 추악함을 들춰낸다.


  연극의 언어는 특정한 사건이나 인물을 언급하지는 않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성 징후에 시달리는 햄릿을 통해 쌍용자동차 문제를,

  냉동고에서 신음하는 망령들의 독백을 들으며 용산참사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시체유기를 하는 기관원들의 대화에서는 장준하의 의문사를,

  망령들의 독백 속에서는 현대 사회에 약자라는 이유로 희생된 사람들의 모습이 중첩된다.  

○ 연출은 다시 햄릿을 떠올렸을 때 부제를 ‘어둡고 우울하고 축축한 동화’라고 붙여보았었다고 한다.

   이 작품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시공간’이라는 의미에서

   동화적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눈앞에 마치 어린 시절 살았던

                혹은 아버지에게서 들었던 것 같은 오래된 풍경을 보게 될 것이다.


    인물들은 서로의 관계보다는 처해진 상황에서의 언어의 힘으로 드라마를 지탱해간다.

    또한 이 작품은 연극의 리얼리티, 드라마의 개연성을 가지기 보다는

                                      장면마다 이어지는 햄릿의 사색이 중심이 된다.

    각 장면은 꿈(유령), 사랑, 폭력, 연극, 어머니, 철학과의 만남으로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건이 환각처럼 나타나는 형식이다.


       1. 기관원에의해 물고문 당하는 햄릿

○ 그러나 햄릿이라는 캐릭터가 온갖 고민과 문제들을 떠안고 있는 것은 아니다.

   누구도 입 열지 않았던 것,

   함부로 풍자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연출은 그 자물쇠를 모두 풀어버린다.

   형식 또한 영화적인 요소를 걷어내면서도 매우 빠른 리듬을 가진다.

  그것은 스토리텔링에 의존하기보다 햄릿의 의식(인식)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언어의 무게감보다는 리듬감을,

        사회적 이슈에 대한 불편함보다는 그것을 바라보는 통렬한 시선을 보여준다.    

[1. 공연개요]

□ 공 연 명  :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

□ 일    시  :  2012년 11월 6일(화) ~ 11월 25일(일)

                  평일 20시 / 토요일 15시, 19시 / 일요일 15시 (월요일 쉼)

□ 티켓가격  :  일반 25,000원 / 청소년 15,000원

□ 공연장소  :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 작 / 연출 :  기국서

□ 협력연출  :  김낙형

□ 각    색  :  안재승

□ 스 태 프  :  드라마터그 김민정,  무대미술 손호성,  조명 주성근,  의상 김정향

               움직임 김선권, 분장 이지연,  음악 윤민철,  조연출 김형준

□ 출    연  :  윤상화  성홍일  박노식  신안진  서민균  한동규  유영욱  정홍재  조윤경  

                곽은주  남수진  임철수  안창환  심연화  이운호

* 원본 사진 및 관련 동영상 ->  http://www.lullu.net/data/lullu_net/bbs/view.php?id=inform01&no=1017

□ 러닝타임  :  120분

□ 공연등급  :  고등학생 이상 관람가 (17세 이상 관람)

□ 공연문의  :  02.758.2150

□ 주    최  :  서울특별시

□ 주    관  :  서울문화재단

□ 제    작  :  서울시창작공간 남산예술센터


     8. 마담과 햄릿 역의 윤상화

[2. 시놉시스]

기국서의 <햄릿6 : 삼양동 국화 옆에서>는  

후미진 뒷골목,

우리의 기억이 멈춰버린 그곳에서

다시, 햄릿을 이야기한다.

일그러진 시대를 향한 독설.

셰익스피어를 넘나드는 말의 향연.

현대 사회에서 사라져가는 원시성을 회복한다.  


카페가 있고 언덕길이 있으며 멀리 낭떠러지도 보이는

기괴하면서도 동화적인 풍경에서 연극이 시작된다.

이 시대의 청년, 햄릿이 진땀을 흘리며 무언가를 기억해내려 한다.

눈앞에 보이는 것들은 매혹적이고 영롱하고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데

                               머릿속에 뒤엉킨 뭔가가 햄릿을 괴롭힌다.

하루 종일 잠만 자고, 어떨 땐 걸으면서도 꿈을 꾸고, 무엇이 현실인지 꿈인지 모르겠고

귀신이 보이기도 한다. 불쑥 친구 호레이쇼가 앞에 나타난다.

호레이쇼와 무의식에 대한 대화를 한다.

눈을 감았다 뜨니 아버지가 눈앞에 있다. 오래 전 죽은 아버지다.

아버지의 유령은 또 다른 헛것, 망령을 몰고 온다.

동학혁명의, 광주사태의, 용산참사 현장의, 성폭행 피해자의 망령.

우리의 현대사를 훑고 지나가는 신음과 함성이 햄릿을 괴롭힌다.

햄릿은 자꾸 목덜미 뒤로 흘러내리는 땀을 닦는다.

어느 카페, 오필녀라 불리는 오필리어는 햄릿의 오랜 연인이며 절대적인 지지자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햄릿이 옳다는 믿음이 있다.

옆자리의 호레이쇼는 햄릿의 이상한 행동을 걱정한다.

사랑이란 예술이란 무엇일까 설을 푸는데 햄릿이 들어온다.

오필리어는 황무지 같은 현실에 염증이 난다고 햄릿에게 하소연해본다.

카페로 햄릿과 오필리어의 탈을 쓴 배우 둘이 들어와 인형극을 한다.

그것을 바라보던 햄릿은 그들의 표정 없음, 거짓 웃음에 삶의 공허, 자살충동을 느낀다.

오필리어의 독설을 뒤로 하고 햄릿을 카페를 나선다.

햄릿이 간 곳은 어느 절벽. 여기서 한 발 내딛으면 저 세상이다.

절벽에서 자살을 생각하던 햄릿은

우연히 두 명의 기관원이 시체 유기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두 기관원은 권력을 향해 과감하게 저항한 한 인사를 살해하고 실족사로 처리하려 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불안과 두려움이 있지만 여전히 권력의 암살자 노릇을 계속한다.

연극 연습실,

셰익스피어 <햄릿>의 배우들이 온전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캐릭터를 분석하고 대사를 외우고 있다.

그 와중에 TV에서 보았던 프로그램의 패러디를 통해 권력에 대하여,

신자유주의의 모순에 대하여 비판한다.

햄릿 역의 배우는 칼을 뽑아든다.

그것이 왕을 죽이기 위함인지 왕비를 죽이기 위함인지 자신을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증오와 추악함 속에 질주하는 햄릿,

햄릿은 끝이 보이지 않는 하수구를 달려간다. 이곳에서 나가는 방법은 죽음뿐이다.

공동묘지.

무덤을 파는 인부들은 걸쭉한 음담패설을 나눈다.

뜨내기와 건달들이 어떤 무덤에 침을 뱉으며 지나간다.

호레이쇼는 무덤 주인이 누구냐 묻는다.

무덤에 묻힌, 한때 왕이었던 망자의 사연을 듣는다.

햄릿은 호레이쇼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철학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마치 산 자에 대한 경고, 죽은 자에 대한 조문처럼 들린다.

다시 카페 안.

호레이쇼가 마담에게 연극의 서두를 어떻게 잡을까 장황하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백발의 노인네가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이 울리는 가운데 언덕길 너머로 사라진다.


        7. 마담과 햄릿 역의 윤상화

[3. 작품 상세설명]

* 기국서의 <햄릿>, 이렇게 시작되었다.  

“  제가 <햄릿>을 하게 된 것은

     10.26 사태와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런 정치적인 상황에서 <햄릿>을 채택한 것이지요.

     물론 당시 젊은 연출가로서 연극미학 차원에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루어보고자 했던 목적도 있었습니다.

          (중략)

     <햄릿>에 있어서 유령이라든가 시역사건은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에 뒤따르는 살육이 꼭 있게 되어 있지요.

    역사는 반복됩니다. 어떤 경우이든지…”- 연출가 기국서·연구자 김종우 인터뷰(2002.4.11)


“<햄릿시리즈>는 독일의 <햄릿>을 보고 자극을 받아서 만들었습니다.

   당시 <햄릿>이 누군가?

햄릿이라는 어떤 캐릭터가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젊음의 표상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젊은이들은 대게가 햄릿적인 면이 있다.


    11. 유령

어둡고 고뇌하는 그것을 가지고 순서를 바꾸고 클로디어스는 전투복을 입혔습니다. (공수복)

햄릿은 청바지를 입히고, 오필리어는 퇴폐적인 어떤 여자로 바꾸었죠.

그렇게 국립극장 소극장에서 올리며 무대를 다 오픈하고

  모든 것을 다 노출하여 리허설 하는 느낌으로 하였고,  서울의 여러 대학이 연극과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에 불러 무대 위에 구경꾼으로 보게끔 하였습니다.

역사적 사건을 구경해야 하는 사람으로 그들을 배치 한거죠.

그렇게 공연을 해보니 퍼포먼스 느낌이 나고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서울변방연극제 인터뷰-


기국서 연출이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는 80년대 광주사태 이후 <햄릿>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다.

학살을 통한 정권 수립과정이

햄릿의 숙부가 햄릿의 아버지를 시역하고 왕이 되는 과정과 너무 흡사했기 때문이다.

즉 기국서의 햄릿은

동시대 청년문화와 세계연극의 현대적 실험극에 개방적이며 동시대적 감각에서 시도된 것으로

기국서의 실험극이 어디로부터 출발하고 있는지 선명하게 보여준다.


“실험을 위한 실험, 혹은 가난한 연극이라는 이유로 도외시 되어온 실험극을 젊은 연극의식으로

  다져볼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특히 한국 실험극의 왜소한 여건을 벗어나 보다 나은 여건 아래서

  마음껏 표현하고 싶었다”라는 그의 바람은 한국현대연극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켰고,

  시대를 넘어 실험극의 원형으로서 관객에게 각인되어 있다.


     1. 기관원에의해 물고문 당하는 햄릿

기국서의 <햄릿> 연작 상의  사회·정치적 상황과 공연시기



기국서의 <햄릿> 연작 상의  연출 방법의 변화




         10. 유령

기국서의 <햄릿> 연작에 나타나는 등장인물의 변화

■ 셰익스피어 원작의 등장인물

   클로디어스, 햄릿, 망령, 거트루트,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호레이쇼, 레어테즈,

   볼티맨드, 코네리어스,  로젠크란츠, 길덴스던, 오즈릭, 마세러스, 버나아도, 후란시스코,

   레이날도, 배우들, 광대1·2, 포틴브라스, 부대장, 영국사신 귀족들, 귀부인들,

   병사들, 선원들, 사령들(30명 이상)


■ 기국서의 햄릿 (1981년)

   클로디어스, 햄릿, 망령, 거트루트,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호레이쇼, 레어테즈,

   로젠크란츠, 길덴스던, 배우들 3명, 구경꾼 30-50명 (총70여명)


■ 햄릿2 (1982년)

   클로디어스, 햄릿, 망령, 거트루트, 폴로니어스, 오필리어, 호레이쇼, 레어테즈,

   로젠크란츠, 길덴스던, 배우들 3명 (총13명)


■ 햄릿과 오레스테스 (1984년)

   햄릿, 왕, 폴로니어스, 호레시쇼, 레이티즈, 광대1·2·3·4·5, 길덴스던,

   왕비1·2, 오필리어, 아이기스토스, 연출가, 필레브스, 대주교,

   시민1·2·3·4·5, 엘렉트라 (총24명)


■ 햄릿4 (1990년)

   햄릿, 유령, 호레이쇼, 오필리어, 여인(왕비), 길덴, 로젠, 배우1·2,

   남자, 여자, 망령들, 인부A·B·C, 무대스태프 (총19명)


■ 햄릿5 (1990년)

   햄릿, 왕, 여인(왕비), 호레이쇼, 광인1·2, 유령, 사회자, 배우1·2·3·4·5·6,

   집권자, 무대감독, 자연과학도, 인형, 건달A·B·C (총21명)


■ 햄릿6 (2012년)

   백수(햄릿), 유령, 해병전우회(양복), 카페 마담(유한녀), 카페 창녀(운동권 여 1),

   연출가(호레이쇼) 기관원 1/기관원 2, 취객 1(광인 남)/취객 2(광인 여).

   인부 1/인부 2, 뜨내기, 건달, 운동권 2 기타 망령들 대여섯, 행인 서넛 (총 20여명)


      3.경찰과 햄릿 역의 윤상화

  기국서의 <햄릿> 연작의 분석
  
1) 정치극으로서 <기국서의 햄릿>

    1981년 4월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개작하여 공연하게 된 계기는

     당시의 정치적 상황에서 비롯되었다.

    1979년의 10·26사태, 같은 해 12·12사태

                          그리고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되었다.

    기국서는 이런 정치적인 상황에서 <햄릿>을 선택했다.

   셰익스피어의 원작 <햄릿>에서 선왕의 ‘시역’과 ‘10·26사태’의 박정희대통령 암살,

   클로디어스의 왕권찬탈과 ‘12·12사태’ 그리고 햄릿이 가지고 분노와 ‘

   5·18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정치적 상황이 동시대적인 공연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한 <햄릿1>의 특징은 크게 텍스트의 구성과 동시대적인 등장인물의 적용에 있다.

   텍스트의 구성에 있어 막(幕)과 장(場)의 개념을 없애고, 18개의 장으로만 구분하였다.

   줄거리 상으로는 커다란 변화가 없지만,

   극의 마지막 부분의 햄릿과 레어티즈의 결투 장면을 세 번 반복한 것과

   에필로그의 삽입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에필로그에는 원작의 포틴브라스의 마지막 등장은 삭제되고,

   총에 맞아 쓰러진 배역과 시체를 암시하는 인형들로 즐비한 무대를

   한 청년이 책을 들고 무대를 가로질러 지나간다.

   여기서 시체들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암시하며

                                     지나가는 청년은 당시의 젊은이를 암시한다.


   청년은 가끔 주변에 즐비한 시체들을 바라보지만 외면하고 한 줄기 조명 밑 마임으로

   계속 제자리걷기를 반복한다.

   이는 당시대의 젊은이의 방관자적인 태도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기국서는 공연을 위해 텍스트를 작품의 의도에 적합하도록 몇 부분을 변형했다.

   그러나 원작의 이야기 구조를 그대로 유지했다.

   단지 텍스트가 공연목적에 맞게 삭제되거나,

           몇 개의 어구를 의식적, 강박 관념적으로 반복하는 정도의 변화를 준 것이다.



  룰루 참조-> 김학선 작.연출 , 연극 '그녀의 봄' 에서 열연중인 배우 윤상화

   등장인물에 동시대적 실제인물을 대치한 것도 눈에 띈다.

   권력을 가진 자와 이를 추종하는 세력의 구도에서 클로디어스는 왕권을 가진 권력자이며,

   폴로니우스, 길덴스턴, 로젠크라츠는 권력의 하수인이다.

   클로디어스는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을, 폴로니우스는 이에 기생하는 정치인을,

   길덴스턴과 로젠크라츠는 권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군인이나 시민을 상징화하고 있다.

   이의 반대편인 권력에 대항하는 자와 이를 추종하는 세력을 이루는 인물들 중

   주인공 햄릿은 당시 지식인이자 운동권 대학생으로 묘사하는데

                              이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도 유사하다.


   호레이쇼는 햄릿을 도와 정권에 대항하는 젊은이이고, 처음에 등장하는 선왕과 유령과 망령들은

   권력에 대항하다 희생된 자들의 모습을 상징화하고 있다.

   자신이 처한 정치적 상황에 대해 방관하는 자 오필리어는 누구의 편에서도 서지 못한 채

   희생당하고, 무덤파는 인부들은 그저 불만만 토로한다.

  기국서는 이를 일반 시민으로 설정하여 30 ~ 50명의 구경꾼들을 무대배경으로 사용하게 된다.


  <기국서의 햄릿>에서는 연세대, 서강대, 동국대 등 대학극회의 70여명의 학생들을

  무대에 함께 세웠는데,

  시대적 정황상 이들의 존재는 즉각적으로 당시 시위대 학생들을 연상시킨다.

  이 70여명의 학생들이 “데모씬을 연상케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다고 기억하고 있고,

  기국서는 이들을 “방관자 혹은 구경꾼”처럼 무대에 세웠으나

  결과적으로는 “관객이 무대에서 보는 것 같은” 효과를 가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요컨대 <기국서의 햄릿>은 동시대의 젊은 대학생 관객들을 ‘햄릿’으로,

  시대에 대해 “참여냐, 방관이냐”를 고민하는 정치적 주체로 호명하고 있다.


  1979년 10월에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당함으로써 소위 유신체제는 끝났지만

  그에 따라 연극형태가 곧바로 변한 것은 아니다.

  표면상으로는 군사정부의 자유화 물결에 따른 공연법 개정에 의해 많은 공연장이 생겨났지만

   그 수준은 오히려 연극예술의 하향 평균화를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5.18을 계기로 연극에 대한 검열은 오히려 강화된다.


   기국서 역시 <햄릿1> 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실제 공연대본이 아닌

     김재남이 번역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제출하여 일단 심의에 통과하게 된다.


     9. 오필녀를 업은 햄릿  역의 윤상화

2) 퇴폐적 사회극으로서의 <햄릿2>

국립극장에서 <햄릿1>을 초연한지

  1년 7개월 후인 1982년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햄릿2>를 다시 시도한다.

  당시 연극계는 1981년 말의 공연법 개정에 따른 영향을 받고 있었다.

  공연법 개정이 가지는 긍정적인 면은 기국서가 조금 더 자유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여건을

  획득한 것이지만, 부정적인 면은 <햄릿2>에서 드러난 소재처럼

                                향락사회로의 이전을 부추기는 제도의 하나이기도 했다.


  기국서는 <햄릿2>의 주제를 ‘타락한 정치와 퇴폐화되는 사회’로 설정하였고,

    부제는 ‘테러와 광기의 역사’라고 말하고 있다.

  <햄릿2>에 나오는 모든 사건들은 개인적이기보다는 사회문제로 그 주제를 옮겨 놓았다.

            따라서 역사를 ‘광기와 테러’로 조명했고,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에 대해

   연출은 ‘참이냐, 거짓이냐, 이것이 문제로다’로 바꾸어 극의 전체적 주제를 달리했다.


   인간본능이 가져온 비극이 아닌,

   테러와 광기로 인한 그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현상으로 보게끔 해석하고 있다.


  텍스트의 구성에 있어서 초연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햄릿1>의 에필로그를 사용하지 않았고, 50명의 유령들과 70명의 구경꾼도 사용하지 않았다.

  다만 의도적으로 첫 장면을 군복 입은 클로디어스의 등장으로 설정하였다.

  이는 극의 진행에 있어 전개될 상황들이

  정치적인 문제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질 수 있다.


  등장인물의 설정은 길덴스턴과 로젠크라츠를 폭력자이자 동성연애자로 설정하고

                              햄릿을 고문, 마약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리고 거트루트와 오필리어를 상류층의 퇴폐적인 인물로 설정함으로써

                                 등장인물에 따른 동시대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1. 기관원에의해 물고문 당하는 햄릿

3) 좌절을 넘어서는 의지로서의 <햄릿과 오레스테스>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사라트르의 <파리떼>의 공연의 내용을 재구성했다.

  당시의 정치·사회적 상황은 계속되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에도 불구하고

  군사정권을 극복하기에는 햄릿이라는 인물이 역부족이었다.

  기국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지식과 의지를 가지고 이를 극복한 인물로서 오레스테스를 선택한다.

  기국서 연출은

  1982년까지 자신의 <햄릿>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햄릿의 좌절을 극복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햄릿을 통해서는 좌절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등장인물을 찾는다.

  당시의 군사정권 그늘 아래서 현실을 방관하고 좌절하는 인물이 아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그래서 <햄릿>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사르트르의 <파리떼>의 등장인물인 오레스테스를 선택하게 된다.

  사르트르의 <파리떼>의 등장인물 오레스테스는

                      아이스킬러스의 <오레스테스>를 현대적인 감각에서 만든 정치극이다.

  그리스의 이야기 형태에 따르면

                               오레스테스는 혁명을 주도하는 운명의 인간이다.

   따라서 형이상학적인 반항자는 또한 해방의 영웅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 햄릿으로는 풀지 못하는 것을 오레스테스를 통해

   강한 의지로 권력에 대항하고 승리를 쟁취하는 희망을 보여주고자 했다.

   다시 말해 정치 상황을 바탕으로 하여 <햄릿>은 나약한 지성의 좌절을,

        <파리떼>는 순수한 정신의 극복으로 이 두 작품을 합하여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다.


   텍스트의 구성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로 나타나는 <햄릿>과 <파리떼>의 접목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진행시킨다.

    극장에서는 <햄릿>을 공연하고, 극장 안의 관객을 로비로 유도하여 <파리떼>를

                                      연이어 5시간 동안 공연하였다.

    공연장소로써 로비를 택한 것은 관객의 충분한 참여를 의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뜻이라 해석할 수 있다.


    멀리 총성과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조명이 들어오면

                           무대 위에는 인형으로 된 시체들이 널려있다.

    라디오에서는 우울한 조곡이 흘러나오고, 텔레비전에서는 선글라스에

                       얼룩무늬 공수부대복을 입은 클로디어스가 대관연설을 하고 있다.


     햄릿은 환각 속에서 마이크를 통해 선왕의 망령 목소리를 듣는다.

                            망령은 자신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한다.

      햄릿은 왕과 왕비가 춤추는 모습을 바라보며 광기에 찬 독설을 내뿜고,

                                         사람들은 그런 햄릿을 바라본다.

      기국서에 의해 편집된 공연대본에서 가장 두드러진 양상은 햄릿의 광기와 독설이다.

                      그리고 햄릿은 광대들의 극중극 장면에서 총을 들고 나타난다.


       햄릿의 광기가 장난감 총으로 희화화되고 있지만,

                                 총으로 환기되는 강력한 정치적 메타포가 곧바로 발동된다.

        원작의 칼이 아닌 총은 1979년 10.26 박정희 대통령 저격사건,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5.17 쿠데타, 5.18 광주 학살의 죽음을 환기시킨다.


       2. 열연하는 햄릿 역의 윤상화 제6대 햄릿

4)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해체한 <햄릿4>

    <햄릿3> 공연 이후 약 6년 만에 다시 <햄릿4> 공연을 하게 된다.

     이 6년이라는 공백 기간 동안 정치·사회적인 변화는 헤아릴 수 없이 많았던 격변기였다.

     정치적으로는 1987년 6·29 선언이후 이전의 군사정권의 영향은 외관상 사라져 가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되는 운동권과 노동계의 의문사 등으로 정국은 잠잠할 날이 없었다.

    그 중 기국서의 <햄릿4>의 소재가 된 1987년 박종철의 물고문 치사 사건이 대표적인 예이다.

    공연예술계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이 전에 정치적 문제를 공연화하는 것을 금지시켰던 대본사전심사제도의 철폐가 그것이다.


    <햄릿4>는 완전히 새롭게 쓰여진 기국서의 창작극이다.

    정치적 문제는 지나갔다.

                         연출로서 자신의 해석을 가져보았다.

    물론 작품의 소재가 된 물고문, 성고문 사건, 6월항쟁이 있기도 했다.

    사색하고 고뇌하는 인물의 전형으로서의 햄릿을 한국 사회라는 특수성 안에 위치시킨

    작품으로서 그 의미가 있으며

                    이러한 개작의 시도는 고전의 한국적 수용의 한 갈래라 할 수 있다.


    기국서 연출은 또한 <햄릿4>에서 다양한 극적 실험을 구사한다.

    제1장 ‘유령과의 만남’에서의 유령의 등장은 그 자체가 원작에서부터 비롯된

    비극의 사실주의적 해석을 배제한 것이기도 하지만,

    <햄릿4>에서 기국서는 햄릿과 유령과의 대화 속에 많은 원혼들의 소리를 사용함으로써

    크레이크가 말한 “혼령장면은 마치 음악에서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는 음이 그런 것처럼

    어떤 음조를 형성”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가져왔다.

    연극평론가 김승옥은 “부패의 시각적 상징으로 활용된 가면, 인형 등과 신디사이저 음향의

    교묘한 배합이 고통과 신음의 축제 분위기를 형상화한 것이 눈길을 끈다”며

                           기국서 연출이 사용한 다양한 효과를 설명한다.

    연극 평론가 김성희는 역시 다양한 기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햄릿4>는 거울 혹은 벽이나 문으로 변하는 무대 전면의 간단한 장치를 제외하고는

              빈 공간에서 배우들이 연기로 채워 넣는 상상력 풍부한 빈 무대에서 진행된다.

    전체적인 극의 틀은 배우들이 <햄릿>을 연습하면서 느끼는 단상들이 에피소드 식으로 나열된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극의 구조자체가 일반적인 극처럼 완결성이나

     일관성을 주는 게 아니라 ‘연습’같은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낯설게 하기’의 기법을 드러낸다.

     줄거리를 가로막고 밝은 조명을 비추고,

            가면, 인형, 춤, 마임 대조법이나 패러디(풍자적인 모방), 흉내 등의 장치를 사용한다.


      8. 마담과 햄릿 역의 윤상화

  - <햄릿4> 텍스트 구성 분석-

제1부 리허설

제2부 만남 : 총 6장, 옴니버스 형식

1장 : 꿈 - 유령과의 만남

억울하게 죽어간 많은 죽음들의 하소연을 듣고 햄릿은 자기의 사색 속에 과거의 상처를 떠올린다.

2장 : 사랑과의 만남

  순수하고 아름답게 사랑을 할 수 없는  햄릿은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다.

3장 : 폭력과의 만남

  살인전문가, 고문전문가가 그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심리적 고백을 한다.

4장 : 연극과의 만남

  극중극을 통해서 집권자의 의중을 캐보려 하지만 좌절한다.

5장 : 인터뷰

  좌담회형식으로 공해, 성적퇴폐, 인신매매, 마약 등의 문제가 거론된다.

6장 : 철학과의 만남

  기층만중의 상스러움, 음담패설, 술 취함을 보고 역설적으로 사회의 건강함을 확인하는 햄릿

제3부 에필로그
* 원본 사진 및 관련 동영상 ->  http://www.lullu.net/data/lullu_net/bbs/view.php?id=inform01&no=1017

제1장

‘유령과의 만남’은 이전의 연작에서 나타났던 것처럼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상기시킨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간 악몽이다. 햄릿은 이를 떠올리려고 하지 않는다.

  원작에서는 유령과의 만남을 통해 복수를 결심하지만

   <햄릿4>에서는 “죽었는줄 알았는데... 벌써 오래전에 돌아가시지 않으셨던가요?”,

              “꿈인가?”, “멀리... 기억이 잘 나지 않는군요...

   그러나 저러나 그렇게 살아계시니 건강은 어떠신가요?” 등의 대사에서 살펴볼 수 있듯이

                                         이제는 잊고 싶은 과거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가면과 인형놀이의 장면들은 연출가가 의도하는 죽음의 퍼포먼스일 따름인 것이다.

        햄릿은 유령과 원혼들의 불완전한 언어에 의해 무기력해진다.

    즉 ”언어와 행동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언어 자체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언어는 행동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그 행동을 선동할 능력이 없게 되는 것이다.


제2장

‘사랑과의 만남’에서 오필리어와 햄릿의 사랑을 통해 ‘현대에 있어서

  사랑의 가능성’에 대한 의의가 제기된다.

  여기서 오필리어와 햄릿은 당시의 일반적인 연인으로  등장하고

  그들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 자신들이 나누던 대화를 인형극을 통해 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이 사랑인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일상적인 유머만을 주고 받는다.

   이는 기국서가 현대적 의미에서 사랑의 부재를 이야기하고자 한 것으로 해석된다.


제3장

‘폭력과의 만남’에서는 로젠크라츠와 길덴스턴이 살인청부업자로 등장한다.

  이들은 시체유기와 마약주사 장면을 통해 죄책감과 무감각 사이를 오가는데

  현실을 살아가는 나약한 평민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제4장

‘연극과의 만남’에서는 “오늘에 있어 예술 및 대중연예의 여러 양상을 보여주며

                   그것의 의미와 효용을 타진”해 본다.

  셰익스피어의 원작에서는 햄릿이 극중극을 통해 집권자의 의중을 알아내지만,

               <햄릿4>에서는 마임으로 진행된 극중극에서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다.

  기국서는 오히려 집권자의 권력을 인정하는 나약한 햄릿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당시 지식인을 비판한다.


제5장

‘인터뷰’는 어머니와의 만남이다.

  여기서는 연극적인 수법으로

             한 여인이 <햄릿> 원작의 침실장면의 왕비역할을 연기하도록 한다.

  원작에서 왕비는 햄릿과의 대화에서 도덕적 반성을 하지만

   기국서는 이 여인이 왕비의 역할을 통해서도 아무런 반성을 하지 못한 것을 보여줌으로써

                            부(富)에 사로잡힌 현대인의 소생 불가능을 보여주고자 했다.


제6장

‘철학과의 만남’에서 기국서 연출은 서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당시 뒤틀린 세상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했다.

   원작의 묘지장면에 근거했는데 인부, 호레이쇼, 햄릿, 지나가는 세 명의 건달은

                                    당시의 다양한 인물상들을 통해 시대를 풍자한 것이다.

   여기서 사용되어지는 음담패설은 기국서 연출이 과거 연출했던

                                       한트케의 <관객모독>에서 그 시작을 찾아볼 수 있다.


제3부

에필로그는 햄릿의 죽음이 정치적 이슈였던 박종철 물고문 치사사건에 비유되어 나타난다.

   “시대를 반영하는 현대적 이슈는 햄릿의 물고문 치사이다.

                                            그것은 80년대 한국정치사의 치부로 부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햄릿은 연출에 따라서 얼마든지 고전에서 현대로 탈바꿈”할 수 있다.

       연출은 <햄릿>에서 죽는 모든 등장인물이 다시 살아나 연극임을 다시 환기시킨다.


     6. 카페에서 - 극중극  장면

5) 다양한 스펙터클의 미학으로서의 <햄릿5>

    <햄릿4>에 이어 같은 해 9월 15일 다시 <햄릿5>를 공연하게 된다.

   기국서는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햄릿4>에 대한 연극적 완성도와 또 다른 실험을 시도하게 된다.


  특히 제14회 서울연극제 참가작이라는 연극계의 주류를 통해

    이전의 기국서의 <햄릿> 연작보다 더 많은 조명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관객과 비평가들을 당혹시킨 이번 연극제의 화제작”,

   “<햄릿>원작을 실험적인 형식으로 개작해온 시리즈의 다섯 번째 작품으로,

    세계적으로 <햄릿>의 공연 및 실험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상당히 의미 있다”라는 평론처럼       기국서의 <햄릿>의 결실이 나타나게 되었다.


   기국서는 공연의 계기를

  “<신협>의 김흥우가 <햄릿>을 서울연극제 출품하자고 제안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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