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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다, 고로 존재한다.

Unfaithful Belief; 삼신뎐, 임영주 개인전, 2014. 4. 8(TUE) ~ 20(FRI), 레스빠스71

경영희 기자 | 기사입력 2017/11/26 [20:57]

믿는다, 고로 존재한다.

Unfaithful Belief; 삼신뎐, 임영주 개인전, 2014. 4. 8(TUE) ~ 20(FRI), 레스빠스71
경영희 기자 | 입력 : 2017/11/26 [20:57]

 

▲ 명곡리 중앙난방 시스템, 194 x 112 cm, 2014     © 레스빠스71


 
예술의 장점 중 하나는 딱딱하게 굳어진 뇌의 허를 찌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믿고 있는 기존가치들을 전복시킴으로써, 삶의 항해에 연료를 공급해주고 항로를 진단토록 도와준다.
 
믿음(belief)에 대한 이야기는 어떠한가? 실상 믿음은 성스러움을 촉발시키는 구조물 안에서 거룩함을 지향하는 제사를 지내는 활동들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언제’, ‘어디’, ‘누구’라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이 바로 무언가를 믿는 행위이다. 당장, 내가 들어와 앉아있는 건물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내가 부모라 부르는 분들이 나를 낳았다는 것, 그리고 내가 수많은 행성들 가운데 지구라는 곳에 살고 있다는 것 등을 의심치 않는 것이 그런 예들이다.
 
우리가 굳이 그런 것들을 믿음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당연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의식이 아닌 무의식적인 믿음들은 고로 무엇보다 가장 강력한 믿음이라는 역설을 내포한다. 그 믿음들이 일순간에 파괴될 수도 있음을 추호도 의심치 않는 맹목적 신뢰다.
 

▲ 축감생 전시전경, 2013     © 갤러리도스


 
‘2014 Young Artist Compe’ 수상 개인전 ‘Unfaithful Belief’ 을 여는 임영주(1982-) 작가는 이처럼 도처에 만연해 있는 믿음의 실체들을 특히 설화나 토속종교에서 건져 올리거나, 혹은 그것들과 엮는 작업들을 지속해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돌무더기에 대고 소원을 빌던 옛사람들과 결코 다르지 않음을 넌지시 고한다.
 
다양한 종교적 환경에서 비롯된 믿음에 관한 관심사를 예술적 주제로 심화하기 위해, 그녀는 르포작가도 마다 않는다. 소원을 이뤄준다는 나무를 사방(四方)에서 그린 ‘신목(神木) 시리즈’는 강원도 원주와 경북 예천 지역을 찾아 넉넉히 머물며, 나무는 물론 그 곳 사람들과 교감하여 완성시킨 작업들이다. 벌겋게 달궈진 듯한 남근형상을 비롯하여 꽤 얄궂은 성기형상의 작업들은 임신이 술술 잘된다는 대구시 달성군의 한 아파트에서 채집한 이야기와 그 주변 지형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다.
 

▲ 신목, 73 x 91 cm, 2013     © 레스빠스71


 

▲ 신목, 73 x 91 cm, 2013     © 레스빠스71


 
 
이런 그림들은 그 현장에 가보지 않은 관람자들에게 신목과 임신아파트의 영험함을 대신 전해 주는 영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실제로 그녀의 신목 작업을 반계리 현장에서 지켜보던 부부는 나무에 대한 자신들의 믿음을 그림에 투사하며 소유를 원했고, 임작가는 판매대신 무상대여를 해주었다고 한다.
 
‘임신아파트 시리즈’들 역시 색채와 대범한 형상들로 인해 주술적인 힘이 가득해 보인다. 걸어 놓으면 마치 불임부부들의 소원이 모두 이뤄질 것만 같은 긍정적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그림들이다. 물고기그림을 통해 다산을 빌거나, 모란그림을 통해 부귀를 기원하던 민화와 얽힌 풍습들, 즉 토착무속과 결합된 믿음들처럼 말이다.
 
한편, 임작가의 첫 설치와 비디오작업인 ‘삼위일체 시리즈’는 여러 면에서 특별하다. 전통과 현대, 통속과 순수의 경계를 편히 넘나드는 그녀의 작업이 매체적으로도 유연하게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이점은 향후 작업에 대한 궁금증을 배가시킨다.
 
또 다른 하나는, 이 작업의 출발점이 지금까지처럼 ‘과거’나 ‘타인의 구술’이 아닌, ‘현재’와 ‘자신의 경험’이라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메카 청담동 명품매장에서의 체험을 소재로 삼은 이 작업은 실로 광속의 순간이동인 셈이다. ‘통속적 믿음’과 ‘청담동 명품매장’ 같은 첨예하게 상반된 소재를 거의 동시에 다루는 이러한 시도는 과연 우매함인가 비범함인가?
 
실제로 임작가는 명품반지에 얽힌 이야기를 마치 100 여 년 전 전통 설화처럼 꾸며 시침 떼고 내놓았다. 또 명품반지를 흔들 때 나는 소리가 무당이 사용하는 요령소리와 엇비슷한 점에 착안하여 실제로 그 둘을 치환하여 제시하고 있다.
 
이런 방식을 통해 그녀는 지금껏 지속해오고 있는 작업들과의 연속성을 한 올도 놓치지 않고 있다. 이는 임작가가 다채로운 현상들의 파노라마들 속에서도 주제와 닿는 본질들을 하나로 꿰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 주변 모든 것을 믿음이라는 어망으로 건져 올려 매일매일 식탁에 올릴 준비는 그녀에게 충분해 보인다.
 

▲ 축감생 전시전경, 2013     © 갤러리도스


  
 
*Unfaithful Belief; 삼신뎐_ 2014 Young Artist Compe 최종선정, 임영주 개인전

기간: 2014년 4월 8일(화) ~ 4월 20일(금)
장소: 레스빠스71 (l’space 71) 강남구 압구정로 71길 5 중인빌딩 지하1층
          02 511 7101 / www.lespace71.com
  
 
* 임영주
 
개인전
2013 축 감 생, 갤러리 도스, 서울
 
수상
2014 레스빠스71 2014YOUNG ARTIST COMPE 최종 선정
2013 갤러리 도스 드로잉 기획공모 전시작가 선정
 
Press
2014 2월호 월간미술 special feature[NEW FACE 100]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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